[귀농귀촌] Q.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역시 교육이 걱정되네요. 도시 아이들에 비해서 뒤쳐지는 건 아닐까요?
- 알쓸농촌
- 2017. 11. 7. 15:33
(알아두면 쓸모있는 농촌 정보)
[질문] Q.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역시 교육이 걱정되네요. 도시 아이들에 비해서 뒤쳐지는 건 아닐까요?
[답변] A. 자녀교육은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뜻 '이렇다'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하는 비율은 4%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대개의 중고교생은 사교육의 중압감으로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유치원, 초등학생도 학원 2~3개는 기본으로 다니고 있지요.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가계부담도 문제입니다. 신한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7 보통사랑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구는 평균 79만원의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월 소비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부모들은 자녀에게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함에 따라, 정작 본인들의 노후대책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지난 7월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을 반으로 줄이고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한 학부모가 자녀에게 들이는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하더군요. 자녀가 성장해서 직장을 잡고 수익이 생기면, 투자비용을 회수하겠다는 생각도 보였습니다. 그 부모는 일방적으로 자녀가 국제기구에서 일하길 희망하더군요. 부모자식 관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계산적으로 변했을까요?
다음은 가수 이승기의 '음악시간'이란 노래 가사의 일부입니다.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
왜 음악을 잘하는데
다른 것을 배우며
다른 길을 가게 하나요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교육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인성을 가르치고, 좋은 가치관을 확립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자녀의 적성을 찾아주고 본인이 뜻하는 진로를 지원해주면 좋겠지요. 물론 도시에 있으면 더 많은 체험과 문화활동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요? 도시는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고,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방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일주일에 얼마나 되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체험활동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요즘은 철도나 도로, 저가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워낙 잘 구축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서울이나 수도권까지 2~3시간, 길어도 4~5시간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시골에 거주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체험과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래는 '창의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과 같은 주입식 교육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갖춘 알파고는 인간 최고의 바둑고수들을 전부 다 무찔렀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자녀에게 투자하는 교육비로 '교육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2011년 기준 84만4000가구가 교육빈곤층으로 나타났습니다.
옳은 질문을 해야 옳은 답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묻겠습니다.
"자녀교육에 그토록 많은 비용을 들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자녀교육의 목적이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일방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강압적인 교육을 강요하기 전에, 자녀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약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자녀에게 교육을 강요하고, 좋은 대학에 가길 요구한다면, 그건 이기적인 행위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덧붙여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 마음만 먹으면 시골 오지에서도 유튜브나 EBS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이나 팟캐스트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육은 의지의 문제지, 환경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시골학교들도 이제 학생이 줄어 통폐합되는 추세로, 앞으로 생존을 위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혁신을 시도할 겁니다. 일례로 이미 경북 성주군은 '별고을교육원'을 열어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농어촌에서 도시로 떠나려는 아이들을 막기 위해 설립한 일명 '공영형 학습시설'은 전국에 약 24곳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건, 도시에서 생활하건, 시골에서 생활하건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해주려는 태도와 소통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주변환경이 바뀌어도 가정 내 불화가 있으면 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자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해당 질문은 2017년 11월 7일 귀농귀촌 준비자께서 질문하신 내용을 답변한 것입니다. 답변은 저의 경험과 개인적인 사견임을 밝힙니다.)